본문 바로가기

Holonet/Star Wars

37년의 스타워즈의 신화의 종언

Starwars.com, 2014. 04. 25

The Legendary Star Wars Expanded Universe Turns a New Page
전설적인 스타워즈의 "확장세계관" 이 새 전기를 맞다

While Lucasfilm always strived to keep the stories created for the EU consistent with our film and television content as well as internally consistent,
Lucas always made it clear that he was not beholden to the EU.
루카스 필름 항상 EU 작품들을 우리의 영화와 TV 콘텐츠와 스토리를 유지하고 내적 일관성을 이루도록 노력해 왔습니다만,
(조지) 루카스는 항상 이 부분에 있어서는 명료했습니다 - 그는 절대 확장세계관에 얽매이진 않았어요.

In order to give maximum creative freedom to the filmmakers and also preserve an element of surprise and discovery for the audience,
Star Wars Episodes VII-IX will not tell the same story told in the post-Return of the Jedi Expanded Universe.
영화 제작자에게 최대의 창작의 자유를 주고 또한 관객들이 놀랍고 탐험하도록 하는 요소들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 워즈 에피소드 7-9는 '제다이의 귀환' 이후의 확장세계관과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될 것입니다.

Demand for past tales of the Expanded Universe will keep them in print, presented under the new Legends banner.
확장세계관의 과거 이야기에 대한 수요에 대해서는 그대로 출간을 유지할 것이며, 새로이 '전설' 이라는 배너를 달고 제공될 것입니다.

(전문은 우상단 출처 클릭)

관련 기사 | Disney Publishing Worldwide and Random House Announce Relaunch of Star Wars Adult Fiction Line (Starwars.com)
                  The Star Wars Expanded Universe: Past, Present, and Future (Starwars Official YouTube)
                  Moving Beyond Existing EU, Lucasfilm Announces New Direction For Star Wars Canon (theForce.net)
                  스타워즈 '캐논' 붕괴?! (본 블로그 이전 글)

미국시간으로 어제 오후 발표된 스타워즈 확장세계관과 관련된 발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 지금 이 순간부터 공식 캐논으로 인정되는 것은 기존의 G/T 캐논으로 분류되던 영화 6부작과 2008 클론전쟁 TV 시리즈 (2008년 개봉 영화, 만들어지지 못한 시즌 6 각본을 이용한 코믹스 <다스 몰: 다소미르의 아들> 시리즈 포함. 나머지 클론전쟁 관련 EU 작품들에 대해서는 미정).
2. 에피소드 7과 <레벨즈>, 그리고 올 10월 이후 출간되는 모든 코믹스, 소설, 게임 등의 경우는 기존 EU 세계관의 스토리를 따르지 않을것.
3. 기존 작품/설정들은 앞으로 쓰여지는 이야기들의 소스로만 이용됨
(일례로 "<레벨즈>에 '시에나 플릿 시스템' (전쟁기-제국기에 스타 디스트로이어 같은 대형 함선을 주로 생산하던 업체) 이 등장한다" 고 밝혔다). 단, 기존 EU 배경으로한 상품의 생산은 계속하기로.
3. "루카스필름 스토리그룹" 을 창설, 이후 만들어지는 모든 스타워즈 스토리에 대하여 단일 세계관으로 조율, 관리할 예정.
 

이번 발표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에피소드 7과 <레벨즈> 시기의 작품들의 '패러랠 가능성' 을 언급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실상 스타워즈 전체 세계관의 리부트를 선언한것으로, 이는 37년동안 제작된 스타워즈의 은하계 안의 일을 다룬 대부분의 작품 (스타워즈 확장세계관 작품의 8할은 이번 발표로 가장 큰 타 을 입는 영화시대와 그 이후를 다루고 있다) 들을 공식 팬픽 - 흔히 우리나라 초기 스타워즈 팬덤이 생각했던 식으로 - 정도로 평가 절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에 발표된 캐논 발표가 이번 발표의 전초곡이었던 셈이다.

이쯤에서 확장세계관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루카스필름에서 이번에 내린 EU, 즉 "확장세계관" 에 대한 정의는 "----"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단순히 '스타워즈' 의 케릭터와 배경을 이용한 코믹북이나 소설들의 모음이라기 보다는 스타워즈 6부작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혹은 다룰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다양한 능력을 가진(루카스 필름으로부터 공인된 작가에 의해 '백그라운드 스토리' 를 만들어 내는 작업들 전체를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확장세계관이 다시 쓰여지게 된다면, 여전히 캐논으로 인정받는 영화 6부작이나 <클론전쟁> 시리즈의 케릭터나 스토리,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풍부한 자료 역활을 했던 모든 내용이 사라짐으로써 일종의 '신화' (같은 깊이감) 으로써 자리매김하던 스타워즈 세계관의 깊이가 몹시 피상적으로 변화한다는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스타워즈 팬덤은 1997/2004년의 스타워즈 오리지날 트릴로지 수정판 공개, 2008년 클론전쟁, 2009-2010년 포스언리쉬드 사태때에도 크게 분노하였으며, 루카스 필름측도 EU가 가지는 깊이감을 무시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 꾸역꾸역 기존 설정의 틀 안에 집어넣으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해서 '설정 파괴의 원흉' 으로 불리던 <2008 클론전쟁> 조차 에피소드 2와 3 사이의 어떠한 확장세계관 자료도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로써 어떤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냥 2의 스핀오프 영화 정도의 기능밖에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에피 2와 3 사이의 많은 작품들 속에서 정립된 설정들과 배경, 그리고 케릭터들을 데려와 생동감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 비록 기존 스토리 라인은 크게 붕괴되기는 했으나 -  팬들로 하여금 단순 스핀오프 시리즈가 아닌 스타워즈 세계관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영화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시간대를 다룬 작품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그들 작품들이 없으면 영화에서 불친절하게 설명되는 많은 부분들이 이해되지 못할 것이다. 마치 나라는 있는데 나라의 기록된 역사가 없어서 역사학자들에 의해 (남겨진 조각조각의 자료를 토대로) 다시 쓰여져야 하는 꼴이랄까.

또한 한가지의 문제는, 과거 스타워즈가 다른 SF 프랜차이즈에 비해 (미국 내에서) 많은 이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았던 이유가 어찌보면 '세계관의 단일성' 이라는 측면에 있다는 사실이다. 37년이라는 시간 동안 - 물론, 최근 10여년의 이야기는 좀 다르지만 - 다른 프랜차이즈들 (애초에 세계관 자체가 타이트하지 않은 <닥터 후> 정도를 제외하고) 은 이야기 전개에 어려움을 겪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리메이크나 리부트 작품을 통해 수많은 패러랠 월드를 만들어내며 '이야기' 가 아닌 '케릭터' 를 팔았던 반면, 스타워즈는 비록 세계관이 복잡해지고 높은 진입장벽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질 낮은 작품들의 등장으로 생태계가 혼란에 빠졌을때도 "어느것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 며 (루카스 본인 조차도 어쩔 수 없이) 모두 끌어안고 갔기 때문에, 세계관 속 작품들이 하나의 실존하는 세계의 역사책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이는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가 영화 상품이 아닌 또 하나의 '이야기' 로 깊이있게 받아들여진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그나마 실낱같이 유지되고 있던 세계관의 단일성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스타워즈가 다시 '프랜차이즈'로 돌아갔다고 밖에는 설명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물론, 루카스 필름 측은 앞으로의 모든 스타워즈 스토리들은 단일 세계관으로 관리하겠다고 하였지만, 이미 한번 무너진 세계관이 또 무너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뿐더러, 이미 생겨버린 패러랠 월드는 스타워즈가 가지고 있던 신화적인 속성을 송두리째 빼앗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특히 그동안 스타워즈를 아끼고, (어떤 한 공간속에서 살아숨쉬고 있을 스타워즈 세계를 꿈꾸며) 세계관을 열심히 공부하고 정리하였던 많은 사람들의 충격이 클 가운데... 2008년 클론전쟁, 2009-10 포스언리쉬드 사태 이후 시작된 올드팬들의 탈출 러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까지의 팬덤 활동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내려놓지 못한 활동을 내려놓을 기회 만큼 지금과 같은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세대 (프리퀼 개봉 이후 세대이지만, 기존 클래식과 그 이후 세계를 포괄한 EU의 가치를 올바로 교정하고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팬덤, 1세대는 클래식세대로 현재 영화/영상/서브컬쳐계의 기초가 되었지만 EU 자체에 대한 인식은 적었던 세대라 할 수 있겠다.) 메인스트림은 근 2-3년새 완전히 붕괴되어있고, 지금은 3세대, 클론전쟁을 보고 자란 세대가 그 주축이 되어있고 그마저도 규모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15년 에피소드 7이 개봉된다고 해도 한국에서 과거와 같은 활발하고 열성적인 팬덤활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